1. 실험 배경 및 목적

명령을 따르도록 하는 취약한 조건은 아마 모든 문화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밀그램은 당대에 있었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사건을 보고 이 실험을 기획했습니다.[[1]] 명령에 복종하는 관료주의에 의해서 막대한 인명피해와 희생을 치뤘지만 단순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아이히만의 주장은 그 시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이를 보고 언론은 악의 평범성을 외치며 우리도 모두 악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밀그램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들의 본성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비인간성이 발현되는 조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조건으로 사람들이 권위체제에 속하게 되었을 때라고 말하며, 이를 보이기 위해서 실험을 설계합니다. 밀그램은 사람들이 도덕적 명령에 직면한 상황에서 언제, 그리고 어떻게 권위에 도전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2. (간단하게 살펴보는) 실험 내용 및 결과

밀그램은 전쟁 등 상황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헌신 정도를 실험실에서의 정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복종의 발현 여부를 관찰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권위를 대하는 인간 본성을 귀납적(실험적)으로 탐구하기에 밀그램은 한 번의 실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개인적 특성 등 여러 변수를 조작한 18번의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합니다.

 

실험실에는 3부류의 사람(실험자, 피험자, 희생자)있지만, 실험자와 희생자는 연구실에서 사전에 부른 연기자이기 때문에 피험자의 행동을 판단하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권위에 대한 복종_추가자료파일을 같이 보면 되며, 여기서는 실험의 분류와 그 결과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복종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전체 참여 피험자 중 최고 전기자극 450V까지 피험자가 희생자에게 가한 사람의 비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존과 유사한 결과는 첫번째 실험의 복종 결과를 뜻하며, 65%인 것을 알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희생자와 피험자의 물리적 거리 변화

-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피험자의 인식에 희생자가 생생할 때 복종의 비율은 현저히 감소

2) 실험자, 희생자, 피험자의 특징 변화

- 실험환경, 성별, 계약관계의 변화에는 기존의 결과와 유사

- 실험자와 피험자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 때 복종의 비율은 감소

3) 역할 바꾸기

- 실험자가 전기자극을 중단할 것을 말하고, 희생자가 전가자극을 촉구할 때 복종하는 사람이 없었음

-> 명령하는 말 자체가 아닌 명령하는 사람의 권위를 따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음

4) 권위자 사이의 갈등

- 실험자가 2명이며, 그 둘 사이의 의견이 반대된다면 복종하는 사람이 없었음

5) 피험자 집단 형성

- 피험자의 동료가 전기자극에 반대할 때 복종하는 사람이 없었음

- 피험자가 방관자로 존재할 때 대부분 복종함

 

3. 복종 발생의 원인과 이로부터 벗어나는 원리

이 책에서 밀그램은 진화론적 관점, 인공 두뇌학적 관점, 모델링 관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복종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내용 흐름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추가자료에 넣어두었습니다. 밀그램은 위의 관점들 보다는 우리가 권위체계 안에서 대리자적 상태에 진입하기 때문에 복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2]] , 어떤 사람이 사회적 상황에서 신분상 더 높은 사람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정의할 때, 더 이상 자기 행동에 책임감을 갖지 않으며, 스스로를 다른 사람의 소망을 달성하는 도구로 생각해버리기에 권위에 대해 복종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밀그램은 복종의 원인이 되는 상태를 규명하는 것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4가지 변수를 고려합니다. 자율적 상태에서 대리자적 상태로 넘어가게 하는 선행 조건, 대리자적 상태를 지속하도록 하는 결속 요인, 그리고 대리자적 상태의 전환으로 관찰되는 여러 특성인 결과, 그리고 도덕적 가치관과 권위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긴장 사이의 관계를 도식화해서 아래의 그림처럼 표현합니다.

1) 선행조건

선행조건은 장기적인 원인과 즉각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장기적인 원인은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권위에 순응하는 법을 배운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가족에서는 부모님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복종을 하게 되며 우리들은 복종을 통해서 성적, 승진 등 보상을 받기에 권위 체계가 익숙해온 삶을 살고 있음을 말합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새로운 권위 체계로의 입장을 반복하기에, 새 권위 체계에서 복종하게 되는 즉각적 원인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첫 번째로는 큰 권력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누군가의 용모, 기대심, 경쟁관계 등을 고려하여 권위자로 생각해버리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서서 권위가 작동하는 공간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복종을 하게 됩니다. 이 실험의 경우 자원해서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복종에 대한 내적인 토대가 마련됩니다. 세 번째로는 권위자의 명령이 물리적인 공간의 맥락과 부합할 때 권위가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3]]와 명령이 부합해야 실제 복종으로 이어집니다. 이들을 종합하면 결국 복종은 외적 토대(환경)과 내적 토대(이데올로기, 책임감 등)이 모두 부합할 때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구속 요인

누군가의 의식 상태가 대리자적 상태로 변하더라도 이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면 복종은 진행되지 않으며 다시 자율적 상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밀그램은 대리자적 상태를 유지하는 힘을 구속요인이라고 말합니다. , 내적으로는 권위자에게 투쟁하지만 그 마음이 실제 행위로는 이어지지 않게 하는 여러 심리적 요인을 뜻합니다. 첫 번째로는 실험 중 전기자극을 단계적으로 주기에 다음 단계가 가시적으로 보입니다. 즉 행동의 순차적인 특성이 정해져 있기에 피험자는 전기자극을 계속 주게 됩니다. 또한 피험자는 실험 수행이라는 책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져버리는 것은 쉽게 거부가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회화를 하고 싶어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권위자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그 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에 권위자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3) 결과

대리자적 상태가 지속되면 사람의 몇 가지 특성이 변화하는데, 이를 간단하게 살펴봅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이 갖는 의미를 해석하려 합니다. 이때 합법적인 권위가 이들에게 가해진다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조정하게 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상실합니다. 이 현상은 자아상이 정의되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개 자아상은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 의해서 정의되기도 하지만, 내가 말하는 나에 의해서 정의됩니다.[[4]] 만약 어떤 사람이 대리자적 상태로 돌입한다면, 내가 말하는 자신을 배제한 채 동기를 권위자로 삼으며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정의하려는 욕구가 상승합니다. 즉 제시된 목표(실험의 경우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데 열의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명령은 메시지와 수행 요구가 결합된 개념입니다. 그렇기에 대리자적 상태는 명령 수행의 충분 조건이 아니라, 복종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상태임을 뜻합니다. , 대리자적 상태는 복종의 필요조건 중 하나입니다.

4) 긴장과 긴장 해소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어떻게 불복종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이를 위해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만약 우리가 완벽하게 위계질서에 종속이 되었다면 긴장이 발생하지 않고 주어진 일들만 수행하는 기계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많은 피험자들은 전기충격을 가하기에 내적인 갈등을 표현했습니다. 즉 우리들이 새로운 위계질서에 진입하게 된다면 긴장이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험자의 권위와 남아있는 자아(도덕적 행동)의 잔재가 서로 갈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이 긴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할 때 비로소 권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밀그램은 이를 불복종이라고 말합니다. 불복종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라 발생합니다.

 

- 현 상황에 대한 내적 의심

- 의심의 외적(가시적) 표현: 실험자에게 불안 호소

- 이의제기: 실험의 당위성에 대한 반박

- 위협: 실험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

- 불복종: 실제로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을 중단

 

위의 긴장 해소 메커니즘을 따르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각 단계 사이사이에서 구속 요인이 개입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를 포함한 사람들은 대부분에 권위에 복종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는 부정적인 긴장 해소 방법인 회피, 부정, 약한 복종, 책임 회피를 선택하게 됩니다.[5] 구속 요인을 모두 이겨내고 불복종에 다다른 사람들은 신의를 저버렸다는 괴로움에 고통을 받습니다. 순종적인 피험자가 아닌, 불복종을 선택한 주체적인 사람들이 행동에 따른 부담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집단의 명령에 대해 반한 사람들이 당대 또는 그 이후로 트라우마를 겪는 것을 종종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밀그램 실험의 교훈

밀그램이 이 실험의 결과로, 그리고 해석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권위에 대한 복종이 너무나도 쉽게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대부분 맹목적이거나 관습에 응하는 뿌리 깊은 습관을 따른다.”

적대감을 갖지 않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도 시스템에 의해서 파괴적 과정에 대리자로 ()의식적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밀그램이 실험을 진행하기 전 해당 실험의 결과를 예상해달라는 설문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50V에 해당하는 전기자극을 거의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65%의 사람들이 전기자극을 가했습니다. 아이히만의 괴물 같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야만적이고 뒤틀려있다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로 인해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다고 설명되면, 누구라도 악인이 될 수 있음이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실험 결과와 대부분의 후속 연구들이 실제로 사회 구조의 영향으로 도덕성을 버리는 경우가 많이 관찰됩니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실이 있기도 합니다. 밀그램은 우리들의 행동이 사실은 권위에 대해 순응한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보고, 무비판적인 사람이 악인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5. 개인적인 의견

사람은 필연적으로 집단에 소속됩니다. 집단이 형성되면 관계의 질과 관계없이 위계가 형성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언제라도 권위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더라도 같은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 조심하려 하지만 돌이켜보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행동들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왜 권위에 대해 복종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복종이 발생하는 원리를 알았다면, 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타인을 대할 때 긴장관계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며, 이에 대해서 시간이 된다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폭력적인 행동이 아니더라도 맥락에 의해서 사람의 행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법과 규칙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밀그램의 실험도 예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사람이 속한 맥락을 무시한 채, 개개인이 한 행동의 결과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언론들은 자극적인 보도로 이를 매도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하여 자신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덕적 충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절대적으로 비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맥락을 한 번 더 고려한다면 섣부르게 내린 평가로 상처를 받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앞으로 조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 ‘예루살렘의 아히미만은 꽤 알려진 도서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직접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책을 다 읽는 것은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기에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설민석님이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이 책의 요약본을 강의해주시는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JW8ijjz9sU

[2] 대리자적 상태(agentic state): 한 개인이 권위 체계 안으로 편입되었을 때, 스스로를 더 이상 개인적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보지 않으며 타인의 바람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상태. 자율성과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 같습니다.

[3] 이데올로기(ideology): 개인이 인간/자연/사회에 대해 품는 현실적이며 이념적인 의식의 형태 (쉽게 말하면 가치관)

[4] 8월 활동 중 아마 인간실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꺼냈던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 고민해보겠지만, 밀그램도 자아정체성의 정립을 타인과 나, 두 관점에서 살펴본 것 같습니다. 성격의 탄생 등 자아정체성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MBTI, 성격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5] 회피: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감각적 결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

    부정: 결과의 해석을 위해 존재하는 증거들을 거부

    매우 약하게 복종: 복종을 하는 데 망설임을 표현하면서 양심에 위안을 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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